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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가 아니라 은총이다.

고종 23년에 판중추부사 김병시가 상소한다.

“삼가 아룁니다. 신이 병이 들어 교외에 칩거하고 있던 중에 삼가 저보(邸報)를 보니, 신의 자식 용규(容圭)가 처음 벼슬을 받는 특별한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러한 은혜를 받는 것은 부당합니다. 관방(官方)을 함부로 더럽히고 선비들이 다투어 성급하게 관직에 나아가는 것이 지금 가장 절실한 근심거리인데, 지금 느닷없이 잘못 은혜가 내려졌으니, 장차 무엇으로 나머지 사람들의 의혹을 풀고 권면하겠습니까....”

이에 대하여 고종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상소를 보고 경의 간절한 뜻을 잘 알았다. 선례가 이미 많으니 나이에 구애될 필요가 있겠는가. 또 내가 뜻한 것이 있으니 경은 안심하고 사양하지 말라.”

민가의 처녀들 가운데서 엄격한 규정에 따라 뽑혀 들어온 궁녀는 죽을 때까지 궁 안에서 살아야 했다. 궁녀는 내명부의 엄격한 규칙에 따라 왕과 환관 이외의 남자와는 접촉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오직 희망은 왕의 은총을 입는 일이다. 궁녀가 임금의 눈에 들어 은총을 입으면 후궁이 된다. 나인들의 세숫물 시중을 드는 무수리라도 임금의 은총을 입으면 그 신분은 바뀐다. 영조의 어머니인 최씨는 무수리로서 왕의 은총을 입어 숙빈이 되었다.

왕세자의 탄생을 기려 죄인들의 죄를 사해주는 은전이나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의 업적에 따라 내리는 혜택이 은혜다. 은혜를 받는 일은 고마운 일이지만 은혜를 받았다고 그의 운명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천한 사람이라도 은총을 받으면 그의 신분이 바뀌고 운명이 바뀐다. 은총을 받기 전에는 궁녀였으나 은총을 받은 후에는 후궁이다. 궁녀였을 때는 대신들이 말을 이래라 저래라 하지만 후궁이 된 후에는 대신들도 머리를 숙여야한다. 능력이 생긴 것이다. 궁녀가 은총을 받으면 큼 힘이 생기듯이 사도들이 은총을 받자 사도들에게는 초능력이 생겼다. 그리스도인은 은총이 아니라 은혜를 받으면서 능력을 잃었다. 어떻게 은총을 받을 수 있을까?

세상에선 궁녀들이 왕의 은총을 받기 위하여 매일같이 아름답게 단장한다. 신부는 그 하루의 단장을 위해 거금을 투자한다. 왜일까? 화장이란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화장은 ‘옛날의 내가 아니라 당신이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라고 자신을 고백하는 일이다.

마리아는 자신이 화장하고 있음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의 계집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눅 1:38)

마리아는 그날 밤 예수를 잉태했다.

화장하고 기다리고 있는 다니엘에게 가브리엘이 날아왔다.

“너는 크게 은총을 입은 자라 그런즉 너는 이 일을 생각하고 그 이상을 깨달을지니라.”(단 9:23)

은총을 받은 자가 잉태하는 것은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쓰러져가는 사람을 일으킨다. 은총을 크게 받은 다니엘은 ‘떨며 일어섰다’(단 10:11) 모세는 은총 받은 사람으로서 ‘주의 길을 내게 보이사 내게 주를 알려 달라’(출 33:13)고 요청했다. 하지만 인간이 자신을 단장하므로 은총을 받는다면 몇 사람이나 받을 수 있을까?

2002년도11월에 시작한 KBS드리마 「장희빈」에 나오는 장면이다.

무수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숙종은 시정을 살피기 위해 거리를 거니는 대신 평복을 하고 무수리 최씨의 거처를 찾는다. 최무수리 처소에 갓을 쓴 외간남자가 밤마다 드나든다는 소문이 퍼지자 중전 장희빈이 당장 최무수리를 잡아들이라 명한다. 최무수리에 대한 잔혹한 고문이 시작되고 중전 장씨는 ‘어서 이실직고하라’고 다그치지만 최무수리는 입을 다물어버린다. 이 사실을 보고 받은 숙종은 다급히 국문장으로 달려가 최무수리의 거처를 오고가던 외간남자는 바로 자신이라고 중전에게 밝힌다.

사랑이 아니라 욕망만 채우고자하는 왕이라면 높은 자리에 앉아 궁녀건 무수리건 부르면 된다. 하지만 무수리를 사랑한다면 왕은 비천한 신분에까지 내려가야 한다. 무수리가 왕을 만날 방법은 없다. 하나님께서도 인간과 사랑하기에 걸 맞는 모습으로 오셨을까? 인간에게 오신 하나님이 단장하셨을까? 어떻게 단장하셨을까? 이것이 성경 전체의 하이라이트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사 53:5)

이 말씀은 일차적으로는 유다백성들이 바벨론에서 고난당할 때의 모습이지만 이차적으로는 하나님께서 인간과 함께 고통당하실 것을 예언하는 성경절이다. 이스라엘이 이방의 땅에서 찔리고 상함을 받았듯이 주께서 이 땅에 오셔서 인간과 함께 찔림을 받으시고 인간과 함께 상함을 받으셨다. 우리는 우리만 고통당하는 줄 알지만 주께서는 우리들의 고통의 현장에서 우리의 죄악을 담당하셨다. 그리고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으며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 잠잠한 양 같이 그 입을 열지 아니하셨다.”(사 53:7)

1873년 벨기의 다미안 신부가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몰로카이섬에 왔다. 이때 그의 나이는 33세였다. 그는 환자들이 죽으면 관을 짜서 땅에 묻어주기도 하고, 동물들의 습격으로부터 묘지를 보호해주었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위해 장례를 치러 주기도 하고 죽음 너머에 영원히 죽지 않고 아프지 않는 아름다운 천국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다미안을 조롱 했다. “사랑? 그건 당신처럼 건강한 사람들의 잠꼬대야.”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다미안은 그들과 몸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통에 함께 하는 것만이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임을 깨달았다. 그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주님, 저에게도 나병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다미안 신부는 끓는 물에 손을 담가 화상을 입혔다. 드디어 피부가 벗겨진 그 곳에 주민들의 나병균이 감염 되었다. 그 때 그의 나이는 45세였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감사 기도를 드렸다. 나병에 걸린 그가 강단에 섰다. “나도 여러분과 같이 나병에 걸렸습니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하듯 하나님은 저와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드디어 마을 주민들은 다미안 신부와 자기들이 한 형제가 되었음을 알고 감격하여 울기 시작했다. 그 후 주민들은 다미안 신부의 전도를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그리고 저들의 삶이 변화되었다. 이를 갈며 죽어가던 그들이 평화로운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고, 증오에 찬 얼굴이 사랑스런 얼굴로 변했다.

다미안이 하나님의 사랑을 나병환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병환자가 되었듯이 하나님께서 그의 사랑을 인간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셨다. 다미안의 사랑을 만난 나병환자들의 삶이 변했듯이 인간으로 오신 하나님의 사랑을 만나면 그의 운명이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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