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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이름이 없다

전혀 이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유일하신 하나님의 이야기가 어떻게 수 없이 많은 이름으로 가득찬 만신전에서 나올 수 있는가?

‘나’ 하나님

이름은 다수를 구분하기 위한 라벨이다. 여타의 것과 구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유일자에게 이름이 필요할까? 어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존재에게 이름이 요구될까?

하나님에게는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이름이 없다. 하나님에게는 오직 존재 방식을 설명하는 술어만 있을 뿐이다. 인간이 하나님의 이름을 물을 때 하나님은 이름을 말씀하지 않으시고 존재 방식을 말씀하셨다.(출 3:14) 하나님은 이름에 한정되지 않는 존재다. 만일 그가 자칭한 이름이 자신의 존재를 올바로 나타내지 못했다면 여호와라는 이름은 슬며시 자취를 감추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호와 하나님은 스스로 그 이름에 합당한 일을 인간사에 나태내보이심으로 그 이름을 유지하셨다.

세상에 있는 많은 신들의 이름은 모두 신과 거래하고자 하는 인간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저들의 간구가 응답되지 않을 때 하나씩 옮겨가며 부른 이름들이다. 성경의 하나님은 인간의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의 하나님은 교제의 하나님이다. 베푸는 자와 구하는 자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숨쉬고,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관계다.

성경에서 이름은 매우 중요한 뜻을 지닌다. 만상은 그 입 기운으로 이루어진다.(시 33:6) 이름이 불리어지면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름은 실체 보다 먼저 존재하는 것이며 이름과 실존은 불가분이다. 하나님께서는 만상을 이끌어 내시고 각각 그 이름을 부르셨다.(사 40:26) 이름 없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름은 존재의 표현이며 존재 자체다. 성경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하여 그 이름이 칭한바 된다.(전 6:10) 이름이 멸시되면 존재가 멸시되고(말 1:6) 이름이 도말되면 존재가 도말되고(출 32:32), 이름이 잊혀지면 존재가 잊혀지고(전 9:5), 이름을 부르면 구원을 얻고(행 2:21), 이름을 믿으면 자녀가 되는 권세를 얻는다.(요 1:12)

우리나라말에서 이름이라는 말은 중요한 의미를 시사한다. 이름은 ‘이르다’의 명사형으로 다음과 같이 사용된다. “타이르다”는 “훈계하다”는 뜻이요 “네게 이르다”는 “네게 말하다”는 뜻이요 “아직 이르다”는 “아직 빠르다”는 뜻이요 “그가 이르다”는 “그가 임하다”는 뜻이다. 이 뜻들을 종합하여 풀이하면 이름이란 실체가 임하기에는 아직 빠른 시기에 일컬어진 그 무엇이다. 이름이란 자기가 누구인지 알기 전에 누군가에 의해 일컬어진 호칭이다. 이삭이라는 이름이 주어지자 이삭이 태어났다.(창 17:19) 이름은 존재 이전에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다.

자칭 ‘자연 사진작가’라고 하시는 분이 계신다. 그 분의 아내는 누가 당신에게 ‘자연 사진작가’라는 이름을 주었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그는 누구로부터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칭 ‘자연 사진작가’이다. 언젠가 누가 보더라도 가치 있는 자연사진작품이 그의 손을 통해 만들어질 때 ‘자칭’이라는 형용사는 필연적으로 떨어져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그의 이름을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자연사진작가’라는 명칭은 그에게서 슬며시 자취를 감출 것이다.

“하나님이 또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같이 이르기를 나를 너희에게 보내신 이는 너희 조상의 하나님 곧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여호와라 하라 이는 나의 영원한 이름이요 대대로 기억할 나의 표호니라”(출3:11-15).

왜 하나님의 이름을 기억하여야 할까? 모세가 “그들이 내게 묻기를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리니 내가 무엇이라 대답하리이까?”하고 물을 때 하나님께서 나는 “스스로 있는 자”(출 3:14)라고 대답하셨다. 여호와는 “있는 자, I AM”이다. 그러므로 여호와가 아닌 신은 “없는 자”이다. 이 땅의 모든 것들은 누군가에 의해 존재한다. 오직 여호와만 존재의 원인을 스스로 가지신 분이다. 그분만이 스스로 계신 분이다. 만일 성경의 하나님이 누구에 의해 존재가 시작되었다면 그는 유일신도 아니며, 누구에 의해 이름이 주어졌다면 그는 최고의 존재도 아니다. 희랍의 최고의 신 제우스는 그의 아버지를 죽이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이것은 스스로 존재하지 않고도 최고의 존재가 되는 세상의 방식이다. 누군가에 의해서 탄생되어야 하는 아들이 최고의 자리에 앉기 위해서 아버지의 죽음은 필연이다.

여호와는 상위존재를 죽일 필요가 없는 자존자이다. 인간은 여호와라는 이름을 부를 때 그가 최고의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에 의해 만들어진 아들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아버지를 거부하면 고아가 되듯이 여호와의 이름을 거부하는 모든 피조물은 고아다. 성경 백성들이 그 이름을 기억하고 명상하는 이유이다.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하지 않으려 하나님의 이름을 나타내는 “요드, 헤, 와우, 헤” 네 자음에다가 “아도나이”의 모음을 붙여 발음했다고 말하지만 실은 처음부터 그분에게는 누구에 의해 불리어진 이름이 없었다.

2008년 10월 17일자 조선닷컴에 난 기사다.

“앞으로 천주교 미사나 성가, 기도 등에서는 ‘야훼'라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발음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2008년 10월 13일 교황청이 거룩한 네 글자 ’YHWH‘로 표현되는 하느님의 이름을 전례에서는 사용하거나 발음하지 말고 ‘주님’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지침을 보내왔다며 13-16일에 열린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이를 확인했다.

물론 교황청의 지침은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고 공경하자’는 의미이지만, 그에게 이름을 줄 어떤 존재도 갖지 않으신 유일한 최고의 존재에게는 이름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빛이 있으라”고 명령하신 분은 빛을 초월하신 분이듯이 이름을 부여한 분은 부여받은 자를 초월하는 법, 하나님은 처음부터 이름 부를 상위존재를 갖지 않으신 분이시다. 야훼라는 이름은 성경 하나님의 존재 방식이다. 전혀 이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유일하신 하나님의 이야기가 어떻게 수 없이 많은 이름으로 가득 찬 만신전에서 나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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