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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chosun.com

불과 1년 전이다. 18살의 아사다 마오는 가히 거물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우아한 자태에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고난도 점프를 척척 소화해냈다. 아사다는 세계챔피언이었고 독주체제를 굳히는 듯 보였다.

김연아라는 동갑내기 라이벌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사다가 앞서있다는 게 당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로부터 1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세계 여자피겨계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핵심은 챔피언 타이틀이 아사다에게서 김연아로 넘어간 일이다.

지난시즌 내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던 두 라이벌은 피겨 4대륙선수권을 기점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무게중심이 서서히 김연아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그리고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3월말 LA피겨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에 이르렀다.

챔피언타이틀을 뺏긴 아사다는 러시아에서 절치부심했고 올해 올림픽시즌을 앞두고는 더욱 가다듬은 트리플 악셀을 주무기로 김연아 사냥에 두 팔을 걷어붙인다는 각오였다.

10월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의 피겨그랑프리시리즈 개막전을 앞두고 김연아와 아사다가 다시 써내려갈 라이벌 구도에 세계피겨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김연아는 더욱 완벽해진 반면 아사다는 맥없이 주저앉았다.

아사다는 개막전에서 김연아에 무려 37점 가까이 뒤진 2위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어진 러시아의 2차대회에서 5위로 추락한 사건이다.

아사다는 당장 내년 올림픽 출전권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일본피겨의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다.

컵 오브 러시아의 마지막날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아사다의 표정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측은함마저 느끼게 할 정도였다. 항상 환하게 웃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왈칵 쏟아낼 듯한 표정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피겨천재 소리를 듣던 소녀가 불과 1년 만에 어떻게 이렇게 처참히 무너져 내릴 수 있는지 전문가들조차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사다의 몰락배경을 굳이 분석하자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엄청난 심리적인 압박감이고 둘째 승부수인 트리플 악셀의 실패다. 물론 두 가지는 상호 연관이 있다.

한국에서 김연아가 그렇듯 아사다는 일본의 자존심이자 수퍼스타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기대가 엄청나게 큰데 그 부담감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더 정확히는 잘 다스릴 수 없는 상황이다.

결정적인 요인은 김연아의 출현이다. 아사다 입장에서 김연아는 분명히 자신보다 못한 존재였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참 뒤쳐져있던 선수라고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추월당하더니 어느새 역전이 됐다.

천재는 또 다른 천재를 만나 크게 동요하고 있다.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자만심이 대단했는데 자신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 자괴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점점 따라잡히는 스스로를 보면서 자신감을 잃어가는 아사다. 자신감의 결여는 곧 극도의 긴장감으로 연결되고 그 긴장감은 계속된 실수 즉 경기력의 저하를 낳는 악순환의 고리다. 피겨경기에서 실수란 곧 실패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아사다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둘째 트리플 악셀에 대한 집착이다. 트리플 악셀은 양날의 칼이다. 소위 중간이 없다. 잘되면 대박이고 못되면 쪽박이다.

문제는 확률적으로 볼 때 트리플 악셀의 실패확률이 너무 높다는 데 있다. 트리플 악셀 점프는 여성선수들에게 있어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최고난도 기술이다. 그냥 뛰어도 반반인데 반드시 성공해야 이길 수 있다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 속에서는 실패할 확률만 자꾸 더 높아지는 것이다.

또 하나 트리플 악셀의 비중을 너무 높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1번, 프리스케이팅에서 2번 등 최소 3번을 삽입해 놓았다.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이렇게 해야지만 김연아를 넘고 일본 국민들이 바라는 올림픽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저 멀리 달아난 김연아를 다시 따라잡아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화를 자초하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천재 아사다가 몰락하는 결정적 배경이기도 하다.

역전을 겸허히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자세를 갖지 않는 한 아사다의 부활은 당분간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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