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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09:25

백인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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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koreadaily.com

미국사회를 움직이는 주류는 백인이다. 피부가 하얗다는 것은 보안관 배지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백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것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말이다. CIA가 미국의 정체성을 지켜온 ‘백인의 종말’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평가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미국의 젊은 백인남자 4명 가운데 1명은 아시아·아프리카, 그리고 히스패닉 계통의 여자와 결혼한다. 백인 여자의 경우는 5명 가운데 1명이 백인이 아닌 남자와 결혼한다.

더구나 순수 백인끼리 결혼하는 커플은 아이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 이혼율도 높다. 상황이 이러하니 조만간 순수 백인 혈통은 구경하기 힘들어진다.

순수 혈통은 차치하고 겉모습이 하얀 백인조차 구경하기가 힘들어진다.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20 미래보고서’에서 2000년도 세계 인구의 20%(10억 명)를 점유했던 백인이 2050년에는 2%로 줄어들어 사실상 백인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충격적 내용을 실었다.

2050년이면 불과 40년 뒤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백인이 가장 많은 나라는 당연히 미국이다. 총인구 2억8000만 명 가운데 71.3%인 2억 명이 백인이다. 흑인이 12.2%, 히스패닉 11.9%, 아시아계 3.8%, 원주민이 0.7% 정도다. 그런데 2050년에는 미국마저 다수인종인 백인과 유색인종이 50대50이 되고, 그 후에는 백인이 더욱 줄어들어 백인이 소수인종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러 문화와 인종이 융합된 이민자의 나라 미국. 미국은 이러한 다수 인종이 섞여 사는 ‘용광로’문화야말로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 문화라고 자랑하며, 이러한 저력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사회를 움직이는 주류는 백인이다. 피부가 하얗다는 것은 보안관 배지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백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것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말이다. CIA가 미국의 정체성을 지켜온 ‘백인의 종말’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평가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보고서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코르비너스(Corvinus)’라는 이름의 네티즌이 재미있는 댓글을 올렸다.

“백인의 감소는 과학의 쇠퇴를 의미한다. 그리고 새로운 발명품도 그 수가 줄어들 것이다. (백인이 줄어들기 때문에) 오늘날 거대한 발명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가? 전기와 디젤 엔진에 필적할 만한 대단한 발명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들은 것이 언제던가? 결코 최근의 일이 아니다. 내가 아는 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위대한 발명품은 마이크로칩·CD·마이크로웨이브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30~40년 전 백인이 이룩한 업적들이다.”

사진작가 김아타 씨가 생김새가 다른 100개국 사람의 디지털 사진으로 합성한 세계인 이미지. 현재 미국사회를 움직이는 주류는 백인이지만, 백인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백인이 대부분 차지하는 유럽의 출산율은 1.3명

이 댓글을 단 네티즌은 백인의 감소로 전 세계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한다. 백인이 아닌 인종은 무능력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백인이 과학으로 세상을 구했으니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도 담겨 있다. 다시 이어지는 대목이다.

“나는 이렇게 발명품이 줄어드는 이유가 전 세계적으로 백인인구의 감소와 직접 연관이 있다고 믿는다. 아시아는 물론 유색인은 그들의 힘으로 어떤 것을 발견하거나 발명할 능력이 없다. 일본은 봉건주의에서 벗어나 도약하고 있기는 하다. 중국은 공산주의체제 때문에 이렇다 할 업적을 남기고 못하고 있다. 오히려 썩은 자본주의만 본받고 있을 뿐이며 거기에는 여전히 스탈린 공산주의 독재가 자리 잡고 있다.”

네티즌의 주장은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백인들은 백인이 아닌 사람과 자신을 섞으면서 사라져 버리고 있다. 순탄한 가정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을 갖지 않으려 하고, 결혼도 하지 않으며, (아이가 생겨도) 낙태를 한다. 물질적 향락을 위해 돈에만 매달리고, 가정생활을 포기한다. 여성은 아이를 원하지 않으며, 남자는 직업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수입이 거의 없다. 더구나 은행이 벌이는 사악한 짓거리 때문에 저축한 돈마저 다 까먹는다. 그래서 더더욱 자식을 양육할 여유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유명한 발명가는 백인이거나 유대인이다. 그렇다고 유대인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유대인이 천성적으로 재능이 우수하다면 이스라엘은 해마다 새로운 발명품들로 넘쳐 흘렀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따지자면 유대인들이 잘났다고 뻐기는 것은 그들이 미국과 유럽 등 백인사회에 있는 최고의 학교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인이 아닌 사람들이 ‘교환학생’ 자격으로 와 미국과 유럽사회에 이미 넘쳐 흐른다. 그리고 아시아를 비롯해 돈 많은 유색인이 자녀들을 유럽으로 보내고 있다. 이미 30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백인 학생들은 이제 높은 학비 때문에 학교에서 내몰리고, 경쟁에서 그들을 이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미국 CIA도 이 댓글을 단 사람과 똑같은 우려에서 보고서를 낸 것은 아닐까? 미국의 수도 워싱턴 중심가는 원래 대표적인 백인 거주지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흑인 거주지역으로 변했다. 어느 날 흑인이 한두 명씩 이주해 오더니 결국 대부분의 주민이 흑인으로 바뀌었고, 백인들은 워싱턴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뿐만 아니다. 소수인종이 다수인종이 되고 있다. 뉴멕시코·하와이는 물론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전통적 다수인종인 백인은 소수로 전락하고 만다. 백인이 사라진다는 우려를 지적한 것은 비단 CIA 보고서만이 아니다. 낮은 출산율과 함께 유럽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이 점을 꼬집고 있다.

미국 국가정책연구소(NPI)도 2008년 보고서에서 CIA 보고서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흑인이 조만간 백인 인구를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1950년 전 세계 인구 가운데 백인이 차지한 비중은 27.9%. 그러나 2060년이 되면 한자릿수인 9.76%로 줄어든다. 반면 흑인은 133% 늘어난 26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25.38%를 차지한다.

1950년도 흑인은 8.97%에 불과했다. 백인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2010년부터라는 내용들이다. 백인이 줄어드는 것은 다문화에 융합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세계 출산율은 50% 선까지 떨어졌다. 5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자녀가 6명에서 3명으로, 4명이면 2명으로, 2명이던 가정은 1명으로 줄었다는 말이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44%를 차지하는 59개 국가가 ‘대체출산율’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대체출산율이란 여성 1명당 2.1명의 출산으로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율이다. 다시 말해 결혼한 부부가 적어도 두 명의 자녀는 낳아야 적정인구가 유지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백인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 선진국의 출산율은 1.3명에 머무르고 있고 대체출산율을 유지하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출산율이 1.2명 수준으로 저조한 스페인·이탈리아·폴란드·그리스와 같은 백인 국가들은 세대마다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앞으로 100년 동안 계속된다면 2108년 젊은 세대의 수는 오늘날 젊은 세대의 8분의 1 수준이 될 것이다.

지금 8명이라면 그때 가서는 1명으로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이 이야기는 순전히 피부색으로 인종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출산율만으로 셈을 하는 경우다. 다시 말하면 8분의 1로 줄어든 그 한 명이 백인이 될 확률은 채 30%도 되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이 제시한 ‘2008년 유럽의 가족 변화’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유럽의 신생아는 1980년에 비해 100만 명 가량 줄었다고 한다. 더구나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백인이 이처럼 감소하면서도 미국은 생각만큼 심각한 인구감소 문제에 직면하지 않은 유일한 선진대국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출산율은 2.1명이다. 이는 전통적 대체출산율보다 약간 낮은 수치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보다 높은 생활수준과 낮은 유아사망률 때문에 2명이라는 출산율은 미국 인구를 지금과 같은 상태로 유지하는 데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이민정책의 문호를 넓히고 있어 미국으로 이민은 상대적으로 젊은이의 수를 늘리는 꾸준한 발판이 되고 있다.

350년 뒤 한국도 없다

그러나 사실 이처럼 출산율이 높고 1990년 이후 꾸준히 인구가 증가한 것은 이민자와 그들이 출산한 아이들이 만든 결과다. 물론 여기에는 히스패닉이 중요한 비율을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 이민자가 압도적이다. 미국의 백인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미국인이 증가하는 것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그리고 히스패닉 이민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멕시코의 사정은 어떠한가? 멕시코는 인구감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지구상 몇 안 되는 국가다. 그러나 과잉인구를 걱정하던 멕시코의 출산율은 이미 2.5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하락폭이 너무 커 조만간 대체출산율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멕시코의 출산율 감소는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사실 멕시코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엄청난 출산율 감소가 목격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는 저조한 출산율을 멕시코 이민자로 만회하려는 정책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서 미국인이 멕시코인의 불법이민을 겉으로는 막고 있지만 속으로는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다섯 살 이하의 멕시코 어린이는 1995년 1170만 명에서 2005년 1080만 명으로 감소했다. 사실 미국은 멕시코 사람의 이민으로 인해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는 나라다.

이는 조만간 유입되는 이민자 물결도 천천히 줄어들 것임을 시사한다. 동시에 멕시코를 비롯한 여러 개발도상국은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과 미국으로 꾸준한 이민으로 인해 정작 자국의 경제를 현대화하는 데 필요한 인재를 빼앗기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멕시코만 이러한 현상을 겪는 것은 아니다.

유년층의 부족사태는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1990년에 비해 오늘날 전 세계 일곱살 이하 어린이는 600만 명 줄었고,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하고 있다. 유엔은 2050년 전 세계 어린이가 지금보다 2억4800만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줄어드는 대상 가운데 상당수가 바로 백인이다.

한편 역시 백인 국가인 러시아 인구는 매년 75만 명씩 감소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현재 1억4500만 명의 러시아 인구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1950년 인구 기준 상위 12개국에 포함됐던 유럽의 강국 독일·영국·이탈리아·프랑스는 인구부족으로 2050년에는 랭킹 18∼39위로 밀려난다는 전망이다.

CIA 보고서는 비단 백인사회뿐 아니라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크다. 남 걱정하지 말고 우리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저조한 국가다. 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이 낮다는 통설을 깬 나라가 바로 우리다. 더구나 감소폭이 가장 심한 경우에 속한다.

2008년 유엔 통계를 보면 한국의 출산율은 1.2명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19명과 거의 같다. 2008년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는 46만6000명. 2007년보다 2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출산과 이어지는 혼인건수는 33만 건으로 4.6%나 줄었다. 이런 차원이라면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50년 후 한국 인구는 3000만 명으로, 그리고 200년 후에는 인구 500만 명으로, 그리고 2360년께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전형적인 백인이라는 개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백인이 없어지고 대신 아시아인이나 흑인 등 유색인종이 판을 칠 것이라는 말도 아니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백인이 사라지기 전에 사람을 황인·흑인·백인 등 색으로 구분하는 전근대적 인종 개념이 먼저 사라지리라는 것이다. 백인·황인·흑인은 점차 사라지고 복잡미묘한 색깔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는 계속 섞이며 진화하기 때문이다.

■김형근씨는…

과학 칼럼니스트. 미래사연구가. 부산대 졸업. <코리아헤럴드> <중앙일보> 기자. 인문학과 과학이 결합한 각종 칼럼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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