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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3 20:47

인생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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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7시 대전 유성구 대학로 충남대학교 대덕홀. 강연장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어떤 이는 실직과 이혼을 올해 잇따라 겪었다고 했다. 중환자실에 누운 아버지 곁에서 슬픔과 싸우던 어머니의 손을 이끌고 찾아온 이도 있었다. 최근 『인생사용설명서』(해냄)를 펴낸 작가 김홍신(62)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본지와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벌이는 연중 독서캠페인 ‘Yes! Book’ 의 ‘제3회 책 읽는 강의실’이었다. 독자들은 참가 신청서에 자신의 아픔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김홍신씨는 이렇게 인생 행로에서 처지고 깨진 이들 130여명과 얼굴을 맞대자마자 대뜸 질문을 던졌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인사에 뭐라고 대답하시나요.” 그러곤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했을 답을 내놨다. “‘그냥 그래’ ‘항상 그렇지 뭐’가 가장 보편적인 응대죠.”

‘행복하게 잘 지낸다’라고 선뜻 말하기엔 걱정스럽고 복잡한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왜 복잡할까. “세상 사람들이, 학교와 사회가, 자신의 미래가 내 마음대로 바뀌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복잡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내 머리속’이라고 명쾌하게 정리한 김씨 말에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생 이세희(22)씨가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에게도 인생의 전환점이 있었나요.” 김홍신씨는 1980년 장편 연작소설『인간시장』을 내놓으면서 100만부 판매 작가로 올라섰던 화려한 이력이 있다. 8년 동안 ‘의정평가 1위’ 국회의원이라는 명예도 얻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저도 여러번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가 있었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제는 그가 아픔을 드러낼 차례였다.

김씨는 뺑소니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범인이 잡혀있는 경찰서로 향하며 그는 마음 속으로 잔인한 복수를 다짐했다. 마침내 만난 운전자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고, 순간 그는 가해자를 끌어안았다. 함께 있던 친지 한 명은 “네가 좀 유명하다고 해서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용서하느냐 ”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김씨는 “한 선배의 도움으로 엉킨 마음이 풀렸다”고 기억했다. “아버지께서는 뭐라고 하실 것 같은가”라는 선배 질문에 “용서하라고 했을 것”이라는 단순한 대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처럼 “사는 걸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고비와 아픔은 성장을 위한 약으로 긍정하라’ ‘오래 살기보다는 즐겁게 살 생각을 하라’는 것이 이날 김씨가 전한 ‘인생 사용법’이었다.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던 안명숙(48)씨는 1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여러 직장에서 해고 당한 사연 많은 독자다. 김씨의 강연을 듣고 난 그의 얼굴이 편안해보였다. 안씨는 “군대 간 아들이 휴가를 나오는 때에 마침 직장을 잃었다. 아들과 보낼 시간이 늘었다”며 애써 웃었다. “고위 공직 제의를 세 번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죽고나서 ‘좋은 글과 말을 남긴 사람’으로 기억되면 족하다”는 김씨의 ‘인생사용법’이 참석자들의 복잡하고 아픈 삶을 어루만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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