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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12:40

시간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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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장수 이야기

                                                             - 김용철

서울 명동 지하 상가에
나는 시간 파는 가게를 하나 내고 있습니다.
제법 짭짤한 재미를 보는 장사랍니다.
젊은 남녀들은 가게 안을 힐끗 들여다보고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 든 사람들은 자주 발걸음을 멈추고
어슬렁어슬렁 찾아 들어옵니다.

이 장사는 밑천이 많이 들지 않아 좋습니다.
남들이 쓰다 버린 부스러기 시간들을
사방에서 끌어 모아 파는 겁니다.
상점 간판은 간결한 말로 되어 있습니다.
<시간을 싸게 팝니다>라는 굵은 글자 밑에
<시간은 돈>이라는 빨간색 토가 달려 있을 뿐입니다.

시간을 싸게 판다는 간판의 말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우리의 술수에 불과합니다.
손님이 말하는 시간의 용도 여하에 따라
어떤 건 값을 꽤 높이 매기거든요.

가령 삶에 유용치 않은 일에 시간을 쓴다는 고객이라면
당치도 않게 높은 가격을 붙이고
그 대신 쓰다가 남으면 반값으로 환불해 주기도 합니다.
시간의 진가를 아직 모르는 젊은 손님들은
비싼 돈을 주고 시간을 사 가고도 금방 써버리고
다시 빈 손으로 찾이 들어옵니다.
생활에 유익한 일에 쓴다는 시간이라면
값을 좀 낮게 붙입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이런 상품을 많이 찾는데
거기에도 용도가 다양합니다.
팔순을 맞은 노모의 계속 장수를 위해
시간을 사 들이는 효녀 아가씨가 있는가 하면
교통사고로 호흡이 곤란해진 어린 아들의 앞날을 위해
시간을 산다는 애절한 어머니도 있고
대학입시가 박두한 고삼 딸아이에게 도움이 될까싶어
시간을 사 주겠다는 아버지 손님도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상점에 대통운이 터졌습니다.
소박한 옷 차림의 노인 신사 한 분이 걸어 들어와
우리 물건을 있는대로 다 사겠다는 겁니다.
그 많은 시간을 몽땅 사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한편 신이 나기도 했지만
이 손님의 속셈이 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왜 그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를 내가 묻자
그는 간결하게 그리고 아리숭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많이 필요할 수 밖에요.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데서도
장차 그 그늘 아래서 쉴 사람을 생각해야 하잖아요?
앞일을 내다보며 생각하는 일에 엄청난 시간을
요한다는 걸 아시지요.”

상점 문을 나서는 노신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한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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