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2009.06.02 14:28

비가(悲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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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悲歌)

 

김 명 호

 

워드(Word) 씨가 심방(尋訪)을 가자고 찾아 온 것은 오후 2시가 지나서였다. 나도 막 심방을 가려고 가방을 챙기고 있던 참이었다.

“목사님, 어, 방문(訪問) 갈 데가 좀 있어서요.”

“좋습니다. 그렇잖아도 막 심방을 가려던 참인데, 워드 선생이 같이 가면 좋지요. 미국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워드 선생이 나 대신 이야기 동무가 될 수 있으니까요.”

나는 유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특별히 좀 가 볼 데가 있어서요.”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좋습니다. 좌우간 나는 심방을 가려던 참이니까요.”

어느 차를 타고 갈 것인가를 생각하며 주춤거리고 있는 나에게 워드 씨는 자기 차에 타라고 했다. 남쪽 하늘 한 편으로는 검은 구름이 두껍게 드리우고 있었다.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고 있었다. 연말이 다가 오면서 미국의 남부도 겨울 기분을 내고 있었다. 칙칙하게 물들어 떨어진 가로수 낙엽이 바람에 회오리치며 흩날리고 있었다.

미국에 이민 와서 T市에 있는 한 교인으로 부터 이곳에 우리 교회 개척을 하자는 제안을 받고 이곳에 온지도 열 달이 넘었다. T市에는 한국인 교회가 다섯 곳이 더 되었으나 내가 속한 교단의 교회는 없었다. 나는 제칠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 교단에 속한 목사이고 한국에서 목회를 하다가 이민을 온 것이다.

교회 개척 사업은 쉽지 않았다. 두 가정, 네 사람으로 시작한 것이 열 달 동안 겨우 20명 남짓이 모이게 된 것이다. 이 20명 남짓한 사람들 중에는 워드 씨의 부인도 있었다.

우리는 워드 씨가 다니는 미국인 교회의 한 방을 빌려서 집회를 하고 있었다. 워드 씨는 주한 미군으로 나가서 한국인 부인을 얻은 것이다. 그가 재림 교인이었기 때문에, 교회와는 아무런 인연 없이 살아온 부인이 미국에 와서 남편을 따라 교회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워드 씨는 믿음에 철저하려고 애쓰는 신자였다. 그래서 그 부인에게도 신앙에 대하여 철저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말이 시원하게 통하는 사이가 아니라 성경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었고, 또한 제대로 배울 수가 없어서 피차에 불편을 느끼던 차에, 한국인 목사가 와서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하니, 워드 씨가 적극적으로 일을 주선하고 나섰던 것이다. 그는 부인에게 한국말을 조금 배워서, 영어를 거의 못하는 이 한국인 목사를 꽤나 잘 돕고 있었다.

 

워드 씨는 탁 트인 들녘을 알맞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는 달리면서 띄엄띄엄 찾아가는 집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는 아주 서툰 한국말로 천천히 이야기를 했다. 더듬거리며 하는 이야기는 반벙어리가 말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그의 신앙의 태도만큼이나 그의 말이 진지하였다.

“목사님, 지금 찾아가는 사람은 Major Wright 씨입니다. 그는 우리 교인입니다. 그런데 지금 교회에 잘 나오지 않는데 그 부인이 한국인입니다. 전화를 해서 오늘 방문하겠다고 약속을 해 두었습니다.”

“진작 이야기를 해서 일찍 방문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습니다?”

나는 질문 반, 대답 반으로 어정쩡하게 말했다.

그러나 워드 씨가 Wright 씨에 대하여 안 것은 바로 지난주였다고 했다. 그는 자기 부인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Wright 씨의 부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반가웠다. 이제 개척하는 한국인 교회에 또 한 사람의 한국인 교인을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방문하기로 생각을 하고 담임 목사를 찾아가서 Wright 씨에 대하여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워드 씨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였다. 그러나 한국인 목사를 대동하고 찾아가서 라이트 부인을 만나면 좋은 결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목사님, Wright 씨는 원래 우리 교단의 군목이었답니다. 지금은 정훈 장교로 있지만.”

나는 조금 놀라는 눈으로 운전하고 있는 워드 씨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힐끗 나를 돌아보고는 말을 이었다.

“Wright 소령은 재림 교단의 군목이었어요. 그가 T市의 육군 기지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발령을 받은 것은 군목 생활 2년이 끝났을 때였답니다. 거기서 그는 그만 뱀의 유혹에 빠진 것입니다. 영어를 배우겠다고 접근한 젊은 아가씨의 유혹에 넘어간 것입니다. 그래서 부인과 이혼하고 그 한국인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아마도 죄책감 때문에 고민하면서 신앙생활을 원활하게 못하는 것 같아요. 그 여자는 한국인이 모이는 곳에도 나타나지 않고 한국인 여자들 사이에서는 백여우라 불린다고 소문이 있어요. 아무튼 불행입니다.”

“····”

“그 여자는 엔젤라라는 이름인데, 영어 배울 때 Wright 목사가 지어준 이름이라는 군요. 이런 일이 있었으니 목사 노릇을 못하게 됐지요.”

계속되는 워드 씨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Wright 목사는 목사 신임서를 교단에 반납하였다. 그러므로 군목으로 있을 수가 없었다. 제대를 해도 목회를 할 길이 끊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훈 장교로 병과를 옮기고 그냥 군 생활을 계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 깊은 곳에 남은 죄책감은 나날이 그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엔젤라는 그의 상처를 때리는 채찍 같았다. 그러나 또한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에게 이중적인 죄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깊은 상처를 감싸 안고 그는 자신을 정죄하는 성경 구절을 찾아 붉은 밑줄을 긋고 있었다. 엔젤라는 그녀대로, 얻은 사랑이 상처뿐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 깊은 상처를 싸매 주면서 자신도 치유되고 싶었다. Wright가 성경을 펴고 붉은 밑줄을 긋는 곳을 읽어보면서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자학(自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근무가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왔으나 Wright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었다. 저질러진 결과를 놓고 지나치게 집착하는 자신을 수없이 나무라고, 무릎이 닳도록 꿇어 하나님의 용서를 빌었어도 마음은 여전히 답답하고, 엔젤라가 함께 있는 가정은 Wright에게는 언제나 범죄의 현장처럼 느껴졌다.

남편의 고민하는 삶을 보는 엔젤라 또한 즐거울 수가 없었다. 동경의 나라 미국이 결코 낙원이 아니었고 그렇게 찾은 사랑은 결코 행복이 아니었다. 가정이 낙원이라야 나라도 낙원인가? 그들의 가정에는 우수의 그늘이 언제나 드리워 있었다.

소령으로 진급이 된 Wright 씨는, 처음 배속되었던 T市에 있는 육군 기지에 다시 배치되었다. 처음 그곳에 있을 때에 예배 계획표에 따라서 교인 장병들과 함께 예배드리기 위하여 종종 찾았던 T市에 있는 재림교회에 출석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처지와 자신이 배운 신앙 사이의 치열한 투쟁에 날마다 패배하고 있었고, 따라서 엔젤라는 항상 불안하였다. 그녀는 정성을 다해 Wright의 기분을 전환시키려 했으나, 그 괴로움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온 몸의 힘이 쫙 빠져나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워낙 신사요 호인인 Wright는 엔젤라의 그런 노력을 보면서 그녀를 괴롭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기를 다스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가 배운 신앙은 그를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 그렇다고 신앙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서 도피할 수도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 수많은 용서의 말씀을 제쳐놓고 자기를 정죄하는 성경 구절을 찾아 자학을 하고 있었다.

Wright 씨가 이곳으로 전속 온 사실을 늦게 알게 된, T市 재림교회의 목사가 그의 근무처로 그를 방문한 것이 이 주 전이었다. 함께 신학교를 졸업한 친구였다. 목사는 Wright 씨의 고백을 다 듣고 자괴심(自愧心)에 젖었다. 그는 Wright가 이혼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진채영, 이제는 Angela Wright 그녀도 남편의 고통을 함께 껴안고 사회에서 자신을 격리하고 있었다. 인구가 2만 여명밖에 안 되는 소도시에, 한국인이 6천명이 넘어도 그녀는 그 한국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주로 남편과 둘이서 집에 있으면서 자기 상처를 핥는 짐승들처럼 자신들의 상처를 핥으며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워드 씨는 차를 천천히 몰면서 긴 이야기를 거의 마칠 무렵 Wright 씨의 집 앞에 도착하였다.

Wright 씨는 캠퍼(camper, R. V.)에서 살고 있었다. 그것도 트레일러 캠프였다. 어디든지 이동할 때에는 밴트럭에 달고 다닐 수 있는 것이었다. 일상생활용 거주지로서는 너무 작아 보였다.

워드 씨가 문을 두드리자 잘 생긴 신사가 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오, 웰컴 미스터 워드, 아이엠 웨이팅 포유, 하우아유?”

그의 말은 부드러웠으나 우수가 서려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임 오케이 댕큐, 앤 유?”

두 사람은 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말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Wright 씨의 안내로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생활공간으로는 너무 좁다는 느낌과 함께 조금 답답한 기분이 되었다.

“디스 이즈 코리안 패스터 우.”

워드 씨가 나를 소개하자, Wright 씨는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청하였다.

“하우 두 유 두, 패스터 우? 아이엠 Raymond Wright. 나이스 투 밋유”

그는 정중하게 자기소개를 하였다.

영어에 너무 서툰 나는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당황했다.

“예, 저는 우진명(禹眞命) 목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거실에는 자그마한 체구에 가냘픈 인상인데도 강인하게 보이는 여자가 어색한 미소를 띠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니, 히이즈 코리안 패스터 우.”

Wright 씨의 말끝에 나는 먼저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우진명 목사입니다. 여기 교회 개척을 할 생각으로 온지 한 열 달 됩니다.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 어서 오세요. 저는 진채영(陳彩瑛)인데요, 영어 이름으로 엔젤라입니다. 이렇게 한국 분을 우리 집에서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어서 앉으시죠.”

인사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경직되어 있는 것 같았다.

Wright 씨는 부인에게 마실 것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나는 워드 씨를 따라 심방을 왔으나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아주 어색한 기분이었다. 방문 오면서 들은 Wright 씨에 대한 이야기가 내 마음을 어둡게 했는데, 부인의 경직되어 있는 인상을 볼 때에, 교인 한 사람을 더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마음속에서 냉대(冷待)를 받고 있었다. 차라리 속히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오렌지 주스가 테이블 위에 놓이고, 조그만 RV 안 답답한 공간에 조그만 테이블에 네 사람이 둘러앉았다. 미세스 Wright는 남편과 밀착되게 의자를 놓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다시피 하고 앉아서 두 손으로 남편의 팔을 쓸어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가 남편을 채어 가지 못하게 지키는 듯 한 모습으로 보였다. 잠시 동안 침묵 속에 서로를 쳐다보는 조금 어색한 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누군가 무슨 말을 해야 하겠는데 모두 말을 잃고 있는 순간이었다. 주스 잔을 들고 한 모금씩 마시는 것은 이럴 때를 위하여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주스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미세스 Wright, 우리 교회 개척하는데 힘이 되어 주실 수 있으시지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곤혹스런 웃음을 띠면서 말했다.

“글쎄요, 저는 여기 살아도 여기 사는 한국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한미 부인회에서도 나오라고 전화가 몇 번 왔지만 가지 않습니다.”

그녀의 이런 말은 교회 개척을 도울 수 없다는 완곡한 표현이었다.

“타향에서는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데 이역만리 미국에서 한국 동포를 만나는 일은 반가운 일이 아닙니까?”

“글쎄요, 그렇기도 하겠지만, 모이면 참 말이 많거든요. 저는 말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에 잘 가지 않지요.”

워드 씨와 Wright 씨는 우리 둘의 대화를 알아들으려고 귀를 모으고 있는 모습이었다.

“듣는 대로는 Wright 소령이 우리 교인이라고 하던데요?”

“예, 그렇지요, 그런데 저 때문에 교회를 잘 가지 못합니다.”

그녀는 이 말을 하면서 남편의 얼굴을 미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한 때 목사였는데 목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교회 출석도 못하는 것이 바로 이 부인의 탓이라는 의미가 그녀의 말에 함축되어 있었다.

부인의 표정을 살피던 Wright 씨는 성경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저 때문이라니, 부인께서 신앙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남편도 그렇게 되어 간다는 말씀입니까?”

나는 워드 씨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으나 내색을 하지 않고 전혀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물었다.

“뭐, 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하여튼 좀 그렇습니다.”

나는 묘한 기분이 되면서 말했다.

“참 그 말씀이 묘하네요. 그러면 오늘부터 부인께서 신앙에 관심을 가지시고 남편과 함께 열심히 교회에 출석하시면서 개척 교회의 힘이 되시기로 결심하시면 좋겠네요.”

내 말이 끝날 즈음에 Wright 씨는 펼친 성경을 내 앞에 내어 밀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펼쳐진 페이지와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성경구절을 보았다. 그것은 히브리서 6장 4절부터였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한글 성경을 펴서 바로 그 자리를 찾았다. 그것은 이런 내용이다.

“한 번 비췸을 얻고 하늘의 은사를 맛보고 성령에 참예한 바 되고 하나님의 선한 말씀과 내세의 능력을 맛보고 타락한 자들은 다시 새롭게 하여 회개케 할 수 없나니 이는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을 다시 십자가에 못 박아 현저히 욕을 보임이라”

Wright 소령은 성경으로 나에게 대화를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남편의 어깨 너머로 성경을 살피던 부인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지고 있었다. 이 불청객들이 조금은 부담이 되는 표정으로 남편의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좁은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이제 대화는 자연스럽게 나와 Wright 씨의 몫이 되고 부인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성경을 매개로 하여 나누는 우리의 대화를 방관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가리키는 성경구절을 읽으면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괴로운 표정이 그늘처럼 얼굴을 덮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무섭게 정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경구절을 가리키면서 고통당하는 그의 신앙 양심은, 언제나 자신에게 닥치지 말았어야 할 과거로 그를 데리고 가고 있었다. 과거의 허물이 그의 발목에 족쇄가 되어 현재와 미래를 비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 성경에서 한 구절을 찾은 다음 Wright 씨의 성경을 받아서 그 성경구절을 펴고 읽게 하였다. 그것은 구약 성경 이사야 1장 18절이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 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지라도 양털 같이 되리라.”

Wright 씨는 음미하듯 그 성경구절을 몇 번이고 읽었다. 그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다시 성경을 펼쳤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곳을 나는 내 성경에서 찾아 읽었다.

“우리가 진리를 아는 지식을 받은 후 짐짓 죄를 범한 즉 다시 속죄하는 제사가 없고

오직 무서운 마음으로 심판을 기다리는 것과 대적하는 자를 소멸할 맹렬한 불만 있으리라. 모세의 법을 폐한 자도 두 세 증인을 인하여 불쌍히 여김을 받지 못하고 죽었거든, 하물며 하나님 아들을 밟고 자기를 거룩하게 한 언약의 피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고 은혜의 성령을 욕되게 하는 자의 당연히 받을 형벌이 얼마나 더 중하겠느냐 너희는 생각하라.” 신약 성경 히브리서 10장 26절에서 29절까지였다.

그는 철저히 자기를 정죄하고 심판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지옥의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마음에서부터 눈물이 솟아올랐다. 이 불쌍한 영혼을 어떻게 이 철저한 자기 정죄에서 건져낼 수 있을까? 그는 자기를 지나치게 의롭게 하려는 욕망에서 자기를 철저히 정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용서는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으로 하나님의 용서를 확인하려는 것은 신앙적 이기주의인지도 모른다. 말이 잘 통할 수 있다면 이런 사실들을 속 시원히 설명을 하겠는데, 나는 답답한 가슴을 안고 다른 성경구절을 찾았다. 구약 성경 전도서 7장 16절이었다.

“지나치게 의인이 되지 말며 지나치게 지혜자도 되지 말라 어찌하여 스스로 패망케 하겠느냐?”

지나치게 정죄하는 것은 지나치게 의로우려는 마음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는 이 성경구절을 읽으면서 나의 의도를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끈질기게 자기 정죄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는 다시 베드로후서 2장 20절에서 22절을 찾아 내밀었다.

“만일 저희가 우리 주 되신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앎으로 세상의 더러움을 피한 후에 다시 그 중에 얽매이고 지면 그 나중 형편이 처음보다 더 심하리니, 의의 도를 안 후에 받은 거룩한 명령을 저버리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도리어 저희에게 나으니라. 참 속담에 이르기를 개가 그 토하였던 것에 돌아가고 돼지가 씻었다가 더러운 구덩이에 도로 누웠다 하는 말이 저희에게 응하였도다.”

나는 답답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이슬이 맺히려 하고 있었다. 괴로운 것이다. 나는 다시 요한 일서 2장 1, 2절을 찾아서 내밀었다.

“나의 자녀들아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씀은 너희로 죄를 범치 않게 하려 함이라 만일 누가 죄를 범하면 아버지 앞에서 우리에게 대언자가 있으니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시라. 저는 우리 죄를 위한 화목 제물이니 우리만 위할 뿐 아니요 온 세상의 죄를 위하심이라.”

나는 손가락을 내밀어 “만일 누가 죄를 범하면”이라는 말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다시 “저는 우리 죄를 위한 화목 제물이니 우리만 위할 뿐 아니요 온 세상의 죄를 위하심이라.”는 말을 힘을 주어 가리켰다.

그는 서글픈 얼굴을 하고 나를 응시하더니, 에베소 5장 5절을 찾았다.

“너희도 이것을 정녕히 알거니와 음행 하는 자나 더러운 자나 탐하는 자 곧 우상 숭배자는 다 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에서 기업을 얻지 못하리니.” 그는 손가락으로 “음행 하는 자나”를 가리켰다. 자기의 지은 죄는 하나님의 나라를 얻지 못할 죄라는 뜻이다. 나는 이 답답한 성경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 그는 자기의 죄가 무엇이라는 것을, 바로 그 대상인 엔젤라가 있는 앞에서 이 한국인 목사에게 고백을 한 셈이다.

엔젤라는 우리의 대화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듯 소파에 가서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워드 씨는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성경을 같이 찾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며 연신 격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요한복음 8장 1절로 11절을 찾아 그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자를 용서하고 정죄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예수의 이야기이다. 나는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 하시니라.”는 11절을 손가락으로 지적하였다.

그는 그 말씀을 읽으면서 표정이 엄숙하여지고 있었다. 그의 눈시울에 맺혔던 이슬이 콧잔등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기 정죄에 집착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에 눈이 멀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Wright 부인에게 말을 걸었다.

“미세스 Wright, 내가 하는 말을 부군에게 통역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군께서는 목사였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잘 압니다. 그런데 자기 정죄에 집착한 나머지 하나님의 용서의 큰 것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저히 성경대로 살려고 했던 만큼 그의 죄책감도 크게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Wright 부인, 예수님의 십자가의 피는 아담 이후의 모든 사람의 모든 죄를 다 용서하실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한 사람 Wright 씨의 죄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Wright 씨가 자신을 정죄하므로 자신을 지나치게 의인이 되게 하려는 또 하나의 시험에 빠져 있습니다. Wright 씨가, 예수님의 십자가가 모든 죄를 용서해도 자기의 죄는 용서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그의 다른 모든 죄 보다도 정말 하나님의 아들을 짓밟고 십자가를 헛된 것으로 여기는 죄가 됩니다. 예수님은 용서하십니다. 자신이 그 용서를 거절하지 않는 한 그분은 용서하십니다. 그러기 위하여 그가 십자가를 지신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깊이 생각하는 것이 자기의 죄를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지금 Wright 씨는 자기 정죄에 눌려 이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죄가 예수의 십자가의 공로보다 훨씬 크다고 느끼고 있으니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세스 Wright도 부군과 함께 십자가 앞에 굴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예수의 십자가는 이 가정에 행복이 될 것입니다. ... 통역해 주세요. 저의 말을 다 이해하셨지요?”

미세스 Wright의 얼굴에 조금 안도하는 빛이 서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요한 복음 8장 11절에 손가락을 대고 들여다보고 있는 남편 곁으로 다가 앉으며 어깨에 팔을 감고 내가 한 말을 소근 대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Wright는 아내의 말을 듣는지 안 듣는지 성경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소리 없이 눈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마치 회오(悔悟)의 조각상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워드 씨에게 눈짓을 했다. 우리는 조용히 사라지듯 방을 나왔다.

밖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미 석양이 되어 있었다. 구름이 걷힌 서편 하늘에는 노을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고 남쪽 하늘도 맑게 개어 있었다. 워드 씨는 차를 몰고 나오면서 한마디 내뱉었다.

“불쌍한 사람, 행복을 고통과 바꾸었고, 사랑이 비애가 되었어.”

  • ?
    purm 2010.12.12 09:36
    그에게 제시하였더면 좋았을 구절은 위에 제시하신 용서에 관한 구절보다
    더  그를 평안케 하고 죄의식을 뿌리뽑고 새 삶을 살게할 근본적인 해결 구절로는 
     ( 느13;23 ) 와 ( 창21:10~14 )이하가 더 좋았을 것입니다 

     그 때에 내가 또 본즉 유다 사람이 아스돗과 암몬과 모압 여인을 취하여 아내를 삼았는데 
    .....내가 책망하고 저주하며 두어 사람을 때리고 그 머리털을 뽑고 이르되
    너희는 너희 딸들로 저희 아들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 아들들이나 너희를 위하여 저희 딸을 데려오지 않겠다고
    하나님을 가리켜 맹세하라 하고
    또 이르기를 옛적에 이스라엘 왕 솔로몬이 이 일로 범죄하지 아니하였느냐  저는 열국 중에 비길 왕이 없이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자라 하나님이 저로 왕을 삼아 온 이스라엘을 다스리게 하셨으나  이방 여인이 저로 범죄케 하였나니 너희가 이방 여인을 취하여 크게 악을 행하여 우리 하나님께 범죄하는 것을 우리가 어찌 용납하겠느냐 

     아브라함이 아침에 일찌기 일어나 떡과 물 한 가죽부대를 취하여 하갈의 어깨에 메워 주고 그 자식을 이끌고 가게 하매 하갈이 나가서 브엘세바 들에서 방황하더니  가죽부대의 물이 다한지라 그 자식을 떨기나무 아래 두며 
    가로되 자식의 죽는 것을 참아 보지 못하겠다 하고 살 한 바탕쯤 가서 마주 앉아 바라보며 방성대곡하니 

    하나님이 그 아이의 소리를 들으시므로 하나님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하갈을 불러 가라사대 하갈아 무슨 일이냐 두려워 말라 하나님이 거기 있는 아이의 소리를 들으셨나니  일어나 아이를 일으켜 네 손으로 붙들라 그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하시니라  하나님이 하갈의 눈을 밝히시매 샘물을 보고 가서 가죽부대에 물을 채워다가 그 아이에게 마시웠더라

      ( 내보내도 하나님께서 돌보심 ; 의롭게 행하였으므로

    그리고 그 후에 하나님의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 ?
    purm 2010.12.13 10:11

    에스라서에도 합당치 않은 결혼한 여인을 내보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11 이제 너희 열조의 하나님 앞에서 죄를 자복하고 그 뜻대로 행하여 이 땅 족속들과 이방 여인을 끊어 버리라

      12 회 무리가 큰 소리로 대답하여 가로되 당신의 말씀대로 우리가 마땅히 행할 것이니이다

      .... 크게 범죄하였은즉 하루 이틀에 할 일이 아니오니

      14 이제 온 회중을 위하여 우리 방백들을 세우고 우리 모든 성읍에 이방 여자에게 장가든 자는 다 기한에 본성 장로들과 재판장과 함께 오게 하여 우리 하나님의 이 일로 인하신 진노가 우리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하나

       17 정월 초하루에 이르러 이방 여인을 취한 자의 일 조사하기를 마치니라

      18 저희가 다 손을 잡아 맹세하여 그 아내를 보내기로 하고 또 그 죄를 인하여 숫양 하나를 속건제로 드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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