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식구
김 명 호
이곳에는
혈연은 있어도
식구들이 없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인정을 나누는 숟가락질이 없다.
아내와 엄마가
정성으로 만든
따뜻한 음식은
냉장고 안에서 싸느랗게 식는다.
한 집 안에 사는
식구가 아닌 혈연들이
필요할 때 저마다
냉장고를 뒤지고
식은 음식 속에서 정도 식는다.
식탁의 인정이 부서지면
혈연의 사랑이 부서지는 것을
누가 그렇게 잘 알았을까
식탁에서 얽는 정
그래서 식구인데
서로 다른 시간 따라
제 일하게 만들어서
뿔뿔이 헤쳐 놓고
텔레비전, 컴퓨터가 주인이 된 집 안에
식구 아닌 혈연들이
그 앞에 모여 앉아
마주 보는 인정을 잃어버린 채
장한 주인의 교훈을 받으며
차갑게 기계화되고 있다.
식구,
잃어버린
아름다운 말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