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호
여보게, 이리 오게
알맞은 산등성이에 서서
눈 아래 깔린 숲을 보게나.
멋지게 어울린 저 단풍 빛
자네와 나는 어떤 빛깔인가
자, 자세히 보세나.
한 해는 종착지에 접어들었네
나무들도 저마다의 색깔로 마련한
쉴 자리를 깔고 있군
한 해의 삶을 마무리하며
그 일의 결과를 반추하는
조용한 낙하
여보게,
군무로 날아 앉는 낙엽을 보게
세월을 성장(盛裝)한
한 때의 보람을 기억의 갈피에 접어 넣고
이제는 겸허한 자세로 내려앉는군.
삭으며 기다리는 침묵의 시간
훈풍이 일깨울 때
새순으로 돋을
사위를 압도하는 그 생명의 날을 위하여
지금은 가장 낮은 곳에 자리를 펴는군
여보게,
함께 저 숲 속을 거닐어 보세
나와 자네가 어디쯤 있을 것인가
이제는 내려가서
저 낮은 자리에 앉아보세
우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에 대한 속삭임을 생각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