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세마네

by 김명호 posted Jun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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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세마네

 

김 명호

 

정월 열 나흗날

유월절 밤

달은 밝았다.

 

성전 담벼락엔 포도넝쿨

달그림자에 흔들리고

 

겟세마네 향한 길에

제자들이 흔들리고

 

달빛 타고 건너는 기드론 시내

침묵은 밤을 더 무겁게 하고

발자국 소리 더 크게 들리는 고요

 

주님 마음은 고뇌로 이울고

제자들 눈은 피곤으로 이울고

 

돌 던질 만큼의 간격은

생각의 거리

무릎 꾼 그 이마엔

끓듯이 솟는 땀

떨어지는 땀방울은 핏방울 되고

 

겟세마네

즙 짜는 틀에

생명을 쥐어짜는 주님 목소리

소리 따라 흔들리는 인류의 운명

 

등어리에 쏟아지는 달빛

피처럼 번지는

그 밝은 달빛

 

배반한 제자의 얼굴에 쏟아지는

그 밝은 달빛

자다가 칼을 뺀 그 손에 비치는

그 달빛

포도즙 같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