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2009.06.09 12:13

시냇물

조회 수 50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시냇물

김 명호

 

시냇물은

목청이 좋다

온종일 말을 해도

목이 쉬지 않는다.

 

흘러오며

듣고 본 사연들이

너무 많아서

잠시도 쉴 틈 없이

쏟아놓는 이야기들

 

일 년

삼백 육십오일

하루도 쉬지 않고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 정력은

낮게 흐를 줄 알기 때문이다.

 

때로는 속삭이듯

가끔은 사자후로

빛살같이 반짝거리며 재롱을 떨다가

언덕을 만나면

바다 큰 파도치듯

사위를 압도하는 위엄으로 외친다.

 

시냇물은

애초부터 흐르면서 말해도

쉬지 않는 목소리

모난 돌 어루만져 둥글게 해주고

마른 뿌리 적셔서 풀 나무 살려내고

사면의 지저분한 쓰레기 거두어

말갛게 씻어내며

끊임없이 도란도란 이야기 한다

 

어제도 말했고

오늘도 쉬지 않고 말하고

내일도 말을 쉬지 않겠지

말거리 없어 말 못하는 일 결코 없을 시냇물

시냇물 모여 강을 이루면

도도한 물결로 출렁이며 말한다

남상(濫觴)부터 말하며 흘러내리는 시냇물

언제나 맑은 목소리로 삶을 풀어낸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 야간업종 밤알바 하는 사람들에게의 전도의 기회 박종도 2023.05.23 564
26 첫눈 file 김명호 2011.02.19 8385
25 Desert Hot Springs의 겨울 아침 김명호 2011.02.19 8517
24 사막의 아침 김명호 2011.02.19 8687
23 장식 십자가 김명호 2010.04.19 7910
22 자아를 태우면서 김명호 2010.04.16 7944
21 그리움 김명호 2010.04.12 7577
20 아침 하늘 경치 김명호 2010.04.12 7978
19 작품 명 “유리 조심” 김명호 2010.04.12 8014
18 가을비 김명호 2009.12.01 7513
17 가을 김명호 2009.12.01 7963
16 낙엽 동산으로 김명호 2009.12.01 7684
15 박옥종 집사님 조의 표하면서 조시 "우리들의 숲에" 1 김명호 2009.09.15 7823
14 복음의 오해 김명호 2009.08.25 8254
13 신발 김명호 2009.07.28 8147
12 사랑 김명호 2009.07.28 8054
11 이름 김명호 2009.07.28 7703
10 잃어버린 식구 김명호 2009.06.11 7521
9 겟세마네 김명호 2009.06.11 7660
8 만나야할 사람 김명호 2009.06.11 7626
Board Pagination Prev 1 ... 2 Next
/ 2
Copyright© 2011 www.3amsda.org All Rights Reserved.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