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식구

by 김명호 posted Jun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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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식구

 

김 명 호

 

이곳에는

혈연은 있어도

식구들이 없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인정을 나누는 숟가락질이 없다.

 

아내와 엄마가

정성으로 만든

따뜻한 음식은

냉장고 안에서 싸느랗게 식는다.

 

한 집 안에 사는

식구가 아닌 혈연들이

필요할 때 저마다

냉장고를 뒤지고

식은 음식 속에서 정도 식는다.

 

식탁의 인정이 부서지면

혈연의 사랑이 부서지는 것을

누가 그렇게 잘 알았을까

 

식탁에서 얽는 정

그래서 식구인데

서로 다른 시간 따라

제 일하게 만들어서

뿔뿔이 헤쳐 놓고

 

텔레비전, 컴퓨터가 주인이 된 집 안에

식구 아닌 혈연들이

그 앞에 모여 앉아

마주 보는 인정을 잃어버린 채

장한 주인의 교훈을 받으며

차갑게 기계화되고 있다.

 

식구,

잃어버린

아름다운 말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