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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12:36

장식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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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명 호

십자가 위에는

두 팔을 벌리고

무릎을 약간 굽히고

머리를 숙인

예수가

힘없이 매달려 있다.



금목걸이 끝에

금으로 만든 십자가상이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인의 목에서 대롱거린다.



뾰족탑 위에는

피 없는 십자가가

고독하게 서서

낯선 풍경에 질린 듯이

휘휘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예배당에는

피 흘린 뜻을 외면한

교인들이

자기는 살려놓고

십자가로 예수만 죽이고 있다.



십자가에는

못 박는 망치소리 사라졌고

찢어진 몸에서

분출하는 피도 없다.



겟세마네의 피땀,

가시관의 찔림,

골고다 길 발자국마다 떨어진 핏자국,

갈보리의 망치 소리, 이것들은

옛날에 일어났던 사건으로 여겨질 뿐



정교한 순금 사슬에

장식용으로 부(富)를 뽐내는

십자가는

세월에 죽은 교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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