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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김병두 변호사는 1912년생입니다. 지난 7월 백수연(白壽宴·99세 생일잔치)을 치렀는데요. 자녀는 8남매이고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에 증손들만 해도 1백명에 가깝습니다.

 

그의 1백 년 인생 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가락 수 계산이 더 쉽지 않습니다. 33세 때인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기쁨을 누렸고, 이듬해 판검사 특별 임용시험에 합격했습니다. 현재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최고령 변호사죠. 법조인 경력만 따져도 환갑을 훌쩍 지난 셈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나이지만 그는 정정하다. 아직도 평일 아침이면 자신이 대표로 있는 강원 원주시 치악종합법률사무소로 출근해 주로 공증 업무를 봅니다. 산더미 같은 서류들의 깨알 같은 글자들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인데도, 지금까지 무리 없이 해내고 있죠. 그래서 주변 법조인들에겐 신(神)이나 다름없다고 하는데요. 함께 일하는 4명의 변호사에게도 마찬가지 입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 노인들이 많이 쓰는 돋보기가 아니라 근시용 오목렌즈를 쓰는 모습에서 놀라고 또 놀라울 따름입니다. 86세까지는 직접 재판정에 나가 변론까지 했는데요. 오히려 ‘지금도 변론을 할 수 있는데’ 하는 자신감을 보입니다. 아쉬운 건 단 하나. 김 변호사는 “예전엔 더 훤칠했는데 나이 드니까 키가 많이 작아졌다”며 껄껄 웃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1백 세를 앞둔 현역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비결을 묻지만 그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비결? 없어. 그저 욕심 안 내고 자기 일에 꾸준하게 충실하면 돼. 가능하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맨손체조도 좀 하고…. 나라고 술, 담배 안 했겠어? 하루에 담배 한 갑, 정종도 ‘한 되’씩 먹었는데 환갑 지나고 다 끊었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잘했다 싶어.” 
 

 

그의 경력은 곧 한국 법조계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북 상주 태생인 그는 판검사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3년 뒤 전남 장흥지청 검사로 부임하며 대한민국 검찰의 틀을 다지는 데 일조했습니다. 이후 서울지검, 순천지청, 강릉지청 등을 거쳐 원주지청장을 끝으로 1970년 변호사로 개업했죠. 그 뒤에도 변호사 경력만 40년이나 됩니다.

 

“왜 한창 일할 때 검찰을 떠나셨냐”고 물으니 “후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데 버틸 자신이 없더라”는 재치 있는 답변이 되돌아왔습니다.

 

참 많은 일을 겪었는데요. 그가 법조계에서 겪은 일들을 회상해도 후배들에겐 좋은 역사서가 될 듯합니다. “1949년엔 서울지검 검사가 검사장, 차장까지 합쳐 고작 17명이었어. 내가 검사 하는 동안 6·25전쟁도 일어나 도중에 피난도 다녀왔어. 4·19혁명에 5·16군사정변도 벌어졌지. 지금 검찰 후배들은 그런 장면 상상도 못할 거요.”

 

김 변호사에게 지난 세월은 무엇일까. 역시 아쉬움을 남기는 존재라는, 누구나 말하는 정의가 내려졌습니다. 그는 “같이 늙어가던 법조계 동기들은 다 떠나고, 집사람마저 3년 전에 가고, 이젠 나만 남았다. 시간이 얼마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세월 참 빠르다”고 말했습니다.

 

법조인 외길 인생. 그에게 변호사란 어떤 직업일까요. “재판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거예요. 눈앞의 이득을 노리고 억지를 부리면 나도 변호인이 아니라 피고인이 될 수 있어요.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잡아왔지. 실제로 순리를 거스르고 괜한 욕심을 부리다가 잘못되는 경우도 봤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 변론을 많이 맡았던 변호사로 알려진 그는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우리 직업의 도리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변호사의 직업윤리를 정의했습니다. 막말 판사 논란, 스폰서 검사 파문에 변호사들끼리의 밥그릇 싸움까지 올해 법조계는 시끄러운 일들이 적지 않은데요. 변호사의 도리를 말한 그는 까마득한 후배들이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 법조계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질책을 이어갔습니다.

 

     “법대로, 자기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예요. 자꾸 남의 일에 눈 돌리고 욕심 부리니까

      시끄럽고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겁니다.”

 

김 변호사는 서울 후암동에 42년 된 낡은 양옥집을 갖고 있습니다. 푸른 남산 자락을 뒤로하고 서 있는 집은 고풍스러운데요. 외벽은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있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예 액자들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죠. 주말이면 원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집을 지키고 있는 둘째 아들 부부와 지내면서 인근 남산에 올라 산책을 합니다.

 

주말에 김 변호사는 둘째 며느리 김필란(61) 씨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서울로 옵니다. 이렇게 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요. 며느리 김 씨는 “아버님은 재판 결과에 크게 연연하신 적도, 아랫사람에게 모진 소리를 하신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을 안 하시니 건강하고 오래 사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위클리공감(2010.10.6)에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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